홍일화 초대 개인전 ≪늑대와 개의 시간≫
2026.04.04 - 05.08
경계가 흐려지는 시간, 《늑대와 개의 시간》
홍일화 초대 개인전, 숲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조용히 흔들다.
이번 전시에서 홍일화는 우리가 익숙하게 이해해온 숲의 모습이 아닌, 보다 모호하고 흔들리는 상태의 숲을 이야기한다. 해 질 녘, 개와 늑대를 쉽게 구분할 수 없는 순간처럼, 인간과 자연, 길들여짐과 야생의 경계는 서서히 흐릿해진다.
작가는 오랫동안 숲을 종과 질서로 구분하고 해석해 왔다. 그러나 이번 작업에서는 그러한 구분이 얼마나 유동적이고 인간 중심의 임시적인 것인지를 조용히 되묻는다. 우리가 나누어온 자연의 기준들은 숲의 시간 속에서 다시 섞이며,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온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 역시 특정한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을 드러내는 존재로 머문다. 이들은 서로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같은 공간에 스며들며, 관람자로 하여금 익숙한 인식의 틀을 잠시 내려놓게 한다.
전시 제목은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시간 개념에서 착안한 것으로, 흐르고 사라지는 시간이 아닌 겹쳐지고 되돌아오는 감각의 시간을 반영한다.
특히 ‘늑대와 개’라는 전도된 순서는 인간 중심의 질서가 아닌, 야생성과 낯섦에서 출발하는 감각을 강조한다. 이는 자연을 이해하고 통제하려는 기존의 시선을 전복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늑대와 개의 시간》은 숲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숲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흔드는 전시이다. 모호한 빛 속에서 모든 경계가 희미해지는 순간, 관람자는 익숙함 너머의 감각과 조용히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홍일화(HONG ILHWA)
홍일화 작가는 에콜 데보자르(Ecole des Beaux-Arts)에서 석사 학위(DNSEP)를 취득했으며 서울과 프랑스 르망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63회의 개인전과 수많은 단체적에 참가했으며, EBS 미술기행, 세계테마기행 등 TV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한국 미래 환경협회 홍보대사, 파리 재불작가 소나무협회 회원, 한국판화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늑대와 개의 시간 0324, 2026, oil on canvas, 162x130cm
작품 설명 : 경계가 풀리는 숲/ 짙은 어둠 위에 빛의 층을 겹겹이 쌓아 올리며, 감각과 시간이 교차하는 숲을 재구성합니다. 어둠 속에서 형광처럼 빛나는 나무의 윤곽은 대상을 규정하기 보다 지각이 흔들리는 찰나를 포착합니다. 개인지 늑대인지 확정되지 않은 동물들은 ‘길들여짐과 야생’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점을 상징합니다. 화면을 채운 빛의 리듬은 현실과 비현실을 중첩하며, 우리가 세운 이성적 질서를 서서히 해체합니다.
늑대와 개의 시간 0319, 2026, oil on canvas, 260.6x194cm
작품 설명 : 감각의 중첩/ 반복적 붓질과 강렬한 색채의 중첩을 통해 숲을 에너지가 응축된 회화적 공간으로 재구축합니다. 노을빛과 보랏빛이 충돌하는 화면은 실제 풍경의 재현을 넘어 지각이 흔들리는 황혼의 긴장감을 시각화합니다. 꿈틀대는 나무와 정체가 모호한 동물들은 ‘길들여짐과 야생’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점을 상징합니다. 사물의 윤곽이 실루엣으로 흩어지는 이 숲에서 우리가 세운 이성적 질서와 익숙한 구분은 무력해집니다.
나무 별자리 0129, 2026, 장지에 혼합재료, 148x144cm(각 74x144cmx2)
작품 설명 : 나무 별자리, 연결된 감각의 지도/ 장지 위 섬세한 선의 집적을 통해, 숲을 우주적 좌표로 확장된 별자리의 구조로 재해석합니다.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흰 선의 나무들은 단순한 형상을 넘어, 시간과 빛이 응충된 수행적 흔적을 보여줍니다. 가지 끝에서 반짝이는 빛의 점들은 나무와 하늘을 연결하며 지상과 우주의 경계가 겹쳐지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중앙의 모호한 동물 형상은 여전히 ‘늑대와 개 사이’에 머물며, 규정되지 않은 존재의 유동성을 드러냅니다.
Korea
English



